- 저자
- 김경일
- 출판
- 저녁달
- 출판일
- 2022.04.15
FIRE족이 되려는 여러 이유 중 하나 : 소통의 어려움
요즘 2030세대가 가장 꿈꾸는 성공의 유형으로 파이어FIRE족이 있다.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조기에 은퇴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파이어족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직장에서 받는 심리적 압박, 인간관계에서 갈등 등이 너무 괴로워서 조기 은퇴하고 싶다는 것이다. 소통을 하면 할수록 서로 상처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직생활을 떠나는 걸 선택하고 파이어족이 되자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내가 일부러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들려고 한 것도 아니고 선을 넘는 말을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당황스럽고 진이 빠지기까지 한다. 내가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말을 할 때 상대방이 1에서 10중에 3정도 반응할 것으로 생각하고 했는데 9만큼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내가 한 칭찬에 8정도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2정도밖에 반응을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의 눈금
그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이 가진 '마음의 눈금'이 적기 때문이다. '마음의 눈금'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요즘에 흔히 쓰이는 설문조사에 보면 좋다, 나쁘다 2개로 묻지 않고, 아주 나쁘다, 나쁘다, 그저그렇다, 보통이다, 좋다, 정말 좋다 등 다양한 반응을 물어보는 것으로, 선택지가 7개 있으면 7점 척도, 5개가 있으면 5점 척도가 된다. 전문 용어로는 '리커트 척도'라고 하는데 1932년 랜시스 리커트라는 사회심리학자가 개발한 태도측정법이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일반적인 성인의 마음에는 7개 정도의 마음의 눈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의할 점은 중학생 이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할 때는 7점 척도를 쓰면 안된다. 10대의 마음에는 아직 7개의 마음의 눈금이 아닌 2개, 즉 이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하거나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마음 상태뿐이기 때문이다.
20대 대학생들만 하더라도 슬픈 영상, 웃기는 영상, 감동적인 영상 등 다양한 영상을 보여 준후 찰흙을 한 덩이 주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재미'를 찰흙의 크기로 표현하라고 하면 다양한 크기로 마음을 표현한다. 7개의 영상을 보여주면 각기 다른 7개의 크기가 나온다. 그런데 중학생들의 마음은 2~3개 정도로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물론 어른이 되어도 2개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재미있는 정도에 대한 판단이 '재밌다, 재미없다'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내 마음의 눈금과 상대방 마음의 눈금의 개수가 비슷하면 내가 3이라고 애기했을 때 상대도 3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고, 7정도 애기했을 때 상대도 7정도로 반응할수 있지만 나는 마음의 눈금이 10인데 상대는 눈금이 2개밖에 없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3정도의 지적하는 말을 했는데, 상대는 몹시 흥분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비난을 받은 것 같은 분노를 느낀다면 상대방의 마음의 눈금이 2개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마음의 눈금이 적은 사람들을 잘 관찰해보면 의외로 특정 영역에서는 마음의 눈금이 촘촘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들도 대화할 때마다 매번 폭발하지는 않는다. 어떤 영역에서는 눈금이 2개밖에 없지만 어떤 영역에서는 눈금이 10개인 경우도 있다. 누구와도 적당히 잘 지내고 싶다면, 감정적인 사람과도 적당히 대화하면서 무난하게 지내고 싶다면, 상대방의 촘촘한 눈금 영역이 어디인지 조사해야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과 적당히 편안하게 소통하려면 이런 수고나 노력을 해야 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감정의 가짓수도 헤아리자면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감정마다 눈금이 있고 사람마다 눈금의 개수가 다르다고 이해하면 된다.
눈금을 촘촘하게 만드는 건 인생이 성숙해진다는 뜻이다. 성숙해진다는 건 마음의 눈금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에게 하는 행동이 좀 거슬릴 때도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마음의 눈금이 2개 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화를 내거나 좋아하거나 2개 밖에 반응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마음의 눈금의 숫자가 많아지고 촘촘해진다면 조금 행동이 거슬러도 왜 그럴까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할 수 있게 된다.
정직과 겸손의 눈금도 마찬가지다. 만약 정직함과 겸손함의 눈금이 2개 밖에 없다면 정직해서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할 수도 있다.
A : 나 오늘 옷 어때?
B : 촌스러워
이건 정직함의 눈금이 2개 밖에 없는 것이다. 겸손도 마찬가지다.
부장 : 김지인 과장, 아주 잘했어. 그렇게 애쓰고 노력하더니 큰 성과를 거뒀어. 훌륭해
나 : 그냥 평소처럼 했는데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지나치게 겸손하면 그건 거짓말하는 것이다.
원만한 사회생활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정직을 몇 스푼 넣고 겸손은 몇 스푼 넣어야 가장 정확한 대화를 하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과 좋은 소통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도 우리가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우리 인생은 결국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정직과 겸손 반반, 정직 전부, 겸손 전부, 이런 게 아니라 정직과 겸손을 얼마나 정교한 비율로 배합해서 눈금을 만들어내느냐가 우리 인생의 과제일 것이다.
상반된 것들 사이에서 다양한 고민을 해보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조금 더 세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단을 살까 SUV를 살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동차를 보는 눈이 점점 더 치밀하고 세분화되는 것처럼 많은 고민 속에서 우리는 더 성숙해지고 노하우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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