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소통 3
김주환 저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그러나 이제라도 읽어서 참 다행인 책.
그 세번째 이야기
편도체는 거의 모든 포유류의 뇌에서 발견된다. 역할도 매우 비슷하다. 위기가 닥치면 그 위기를 벗어나는 데 모든 생체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비상사태에 돌입하는 포르세스를 작동시킨다.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이나 멧돼지와 마주친 원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근육의 힘이다. 위기의 순간에 온몸에 퍼지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근육에 되도록 많은 에너지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때 평소에는 중요하지만 잠시 멈출 수 있는 기능들은 거의 다 일시 정지된다.
대표적인 것이 소화 기능이다. 소화기관의 활동을 잠시 중단시키고 위장으로 갈 혈액까지 모두 근육으로 동원하는 것이 스트레스 반응이다. 마찬가지로 생식기능도 저하되고 면역 기능도 저하된다. 이러한 급격한 스트레스 상태가 잠시 계속되는 것은 신체에 별 무리를 주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있게 되면 소화 기능, 생식 기능, 면역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생기게 된다.
<얼룩말은 왜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가Why zebras don't get ulcers?>라는 책을 쓴 로버트 새폴스키 교수는 사자의 추격을 성공적으로 물리친 얼룩말은 다시 평화롭게 눈앞의 풀을 뜯어 먹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을 공격했던 사자를 떠올리며 분노하지도 않고, 내일 또 사자가 나타나면 어떡하나 미리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여기에 집중할 뿐이다. 멧돼지를 마주친 원시인도 마찬가지다. 위기 모두가 오래 계속되지 않았던 원시인에게는 만성 스트레스가 매우 드문일이다.
하지만 현대인이 마주하는 멧돼지들 가운데 10분 이내에 해결되는 것은 거의 없다. 수능이라는 멧돼지는 수년간 학생들을 압박하며 다가온다. 도무지 편도체가 가라앉을 틈을 주지 않는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소화 기능, 생식 기능, 면역 기능 저하로 고생하고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프고 무기력에 시달리며, 마음근력이 약해지면서 각종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불안장애와 수면장애를 초래하며, 수면 부족 자체도 면역 기능을 떨어트린다. 편도체 활성화는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해 몸만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전두피질의 기능도 크게 떨어트린다. 편도체의 지속적인 활성화는 전전두피질을 중심으로 하는 신경망의 활성도를 전반적으로 약화해 마음근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 반대로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면 편도체를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 이처럼 편도체와 전전두피질는 밀고 당기는 관계이다. 이 관계에 대해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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